Page 14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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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45
-남의 위신을 되게 깎아 내리는구나.작가 종사는 천연스레 자재하다.
“1천5백 인이나 거느리는 선지식이 화두도 모르는구나.”
-번개같이 빠르군.뭇 사람을 놀라게 하는군.멋대로 날뛰는구나.
“노승은 주지의 일이 바쁘다.”
-승부에 놀아나지 않는군.한 수 봐줬다.이 말이 가장 독살스럽다.
평창
설봉스님과 삼성스님이 이처럼 들락날락하며 한 번 내지르고
터지고 주고받았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말해 보라,이 두 분
의 큰스님은 어떤 안목을 갖추었는가를.삼성스님은 임제스님
의 가르침을 받고서 여러 총림을 두루 편력하였는데 어디에서
나 그를 큰스님으로 대접하였다.그의 물음을 살펴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대답하려 했지만 찾지 못했다.결코 이성(理性)이나
불법(佛法)에도 관계하지 않는다.대뜸 “그물을 뚫고 나온 황금
빛 물고기는 무엇을 먹느냐?”고 물었다.그의 의도가 어떠한 것
이었는가를 말해 보라.그물을 뚫고 나온 황금빛 물고기는 평소
에 향기로운 미끼를 먹지 않는다.참 모를 일이다,무엇으로 미
끼를 해야 할까?설봉스님은 작가인 터라 무심하게 열 푼 중에
한두 푼 정도로 그에게 응수하였다.
“그대가 그물에서 빠져나오거든 말해 주겠다.”
분양(汾陽)스님은 이를 해답을 드러낸 물음[呈解問]이라 하였
고 조동종에서는 이를 현상을 빌린 물음[借事問]이라 하였다.
이는 뛰어난 사람이어야만 완전한 수용[大受用]을 얻고,정수리
에 안목이 있어야 “그물을 뚫고 나온 황금빛 물고기”라고 할
것이다.그러나 설봉스님이 작가인 데야 어찌하랴.참으로 상대
의 체통을 깎아 내리는군.그러므로 대뜸 “그대가 그물을 뚫고
나오거든 말해 주겠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