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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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두 사람을 살펴보면 각기 영역을 거머쥐고 만 길 벼랑에
                 우뚝 서 있는 듯하다.만일 삼성스님이 아니었다면 이 한마디를
                 듣고서 아무 말도 더 이상 못 했을 것이지만 삼성스님 또한 작
                 가인 터라 그에게 “1천5백 인이나 거느리는 선지식이 화두도
                 모르시네”라고 말할 줄 알았던 것이다.그러나 설봉스님 또한
                 곧바로 “노승은 주지의 일로 바쁘다”고 말했으니,이것은 좀 거

                 칠었다 하겠다.
                   작가들이 서로 만나 사로잡기도 하고 놓아주기도 하고,상대
                 가 강하면 약해지고 상대가 미천하면 스스로는 고귀하게 상대
                 하니,그대들이 승부로 이를 이해한다면 꿈에도 설봉스님을 보
                 지 못할 것이다.두 사람을 살펴보면 처음엔 고고하고 당당한
                 기상을 지녔더니만 끝에 가서는 모두가 어물어물하였다.말해
                 보라,그래도 얻고 잃음,이기고 짐이 있는가를.그들 작가가 주
                 고받은 것은 결코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삼성스님은 임제스님에게 있을 때 원주(院主)소임을 맡았는
                 데 임제스님이 입적하려는 즈음에 설법하였다.
                   “내가 떠난 뒤에 나의 정법안장(正法眼藏)을 잃지 마라.”
                   삼성스님이 나오더니 말하였다.
                   “어찌 감히 스님의 정법안장을 잃겠습니까?”
                   “ 이후에 어느 사람이 너에게 묻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삼성스님이 대뜸 일갈(一喝)을 하자 임제스님은 말하였다.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먼 비구대에서 사라지게 될 줄이야.”
                   삼성스님이 곧 절을 올렸다.그는 참다운 임제스님의 아들이
                 기에 감히 이처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설두스님이 맨 끝에 “그물을 뚫고 나온 황금빛 물고기”에 대
                 해서 송을 하여 작가가 서로 뜻이 맞았던 것을 나타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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