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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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냐?”
                -귀신같이 잘도 보는군.구멍 없는 피리이다.꽉 들이받았다.
               객스님 또한 “뭐냐?”라고 말하자,
                -진흙으로 만든 탄환이로군.방음 장치가 된 판때기[氈拍板]이다.화살
                 과 칼날이 서로 버티고 있는 것처럼 절묘하군.
               설봉스님은 머리를 숙이고 암자로 되돌아가 버렸다.
                -물렁물렁한 진흙 속에도 가시가 있다.마치 용에게 발이 없고 뱀에게
                 뿔이 돋는 것과 같다.여기에서는 어떻게 손을 대기 어렵네.

               그 스님이 그 뒤 암두(巖頭)스님 처소에 이르자,
                -(암두스님에게)물어봐야만 되지.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어야 알 것
                 이다.

               암두스님이 물었다.
               “어디에서 오는가?”
                -반드시 작가 선지식이라야만 대답할 것이다.이놈이 번번이 실패한
                 다.(설봉스님과 함께)동참한 사람이 아니었더라면,(이 객승을)그냥
                 놓쳐 보낼 뻔했다.

               “영남(嶺南)지방에서 왔습니다.”
                -무슨 소식을 전하려고 왔느냐?반드시 이 소식을 밝혀야 한다.설봉
                 스님을 보았느냐?

               “설봉스님한테는 갔다 왔느냐?”
                -속셈을 감파해 버린 지 오래이니 가보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
                 지.
               “갔다 왔습니다.”
                -진실한 사람 만나기 어렵다.양쪽(설봉스님과 암두스님)에서 모두 헤
                 어나지 못했군.
               “무슨 말을 하더냐?”
                -결국은 이런 꼴이 되고 마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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