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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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57


                 스님도 오랫동안 참구했던 사람이었다.설봉스님은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암자 문을 열고 몸을 내밀면서 “뭐냐?”말하였다.요
                 즈음 사람에게 이렇게 물으면 대뜸 뭐라고뭐라고 말했을 텐데,
                 이 스님은 또한 괴짜였다.도리어 그에게 “이 뭐냐?”라고 하자,
                 설봉스님이 머리를 숙이고 암자로 되돌아가 버렸다.더러는 이
                 를 ‘말없는 이해’라 하나,이 스님이 어떻게 할 수가 없었기 때

                 문이었다.
                   어떤 사람은 “설봉스님이 이 스님에게 한 번 질문을 당하고
                 곧 아무런 말씀 없이 암자로 돌아가 버렸다”고 말하지만,설봉
                 스님에게 목숨을 노리는 날카로운 곳이 있었음을 참으로 모른
                 것이다.설봉스님이 비록 적절하기는 했다.그러나 몸은 숨겼지
                 만 그림자가 나타난 것을 어찌하랴.
                   이 스님이 그 뒤 설봉스님을 하직하고 이 공안에 대해서 암
                 두스님에게 물어보려고 그곳에 도착하자,암두스님이 물었다.

                   “어느 곳에서 왔느냐?”
                   “ 영남에서 왔습니다.”
                   “ 설봉스님을 만나 봤느냐?”
                   이 물음의 뜻을 알아차리려거든 단박에 착안해야만 한다.스
                 님은 말하였다.
                   “만나 보았습니다.”
                   “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이 또한 괜히 해본 말이 아닌데 이 스님은 미처 깨닫지 못하
                 고,그저 그의 말에 휘둘리고 말았다.이에 암두스님이 말하였
                 다.
                   “그(설봉스님)가 무슨 말을 하더냐?”
                   “ 그는 머리를 숙인 채 아무런 말없이 암자로 돌아가 버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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