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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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다.”
                   그 객스님은 암두스님이 짚신을 신고 자신의 마음속을 몇 바
                 퀴나 돌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암두스님은 말하였다.
                   “아-아,처음 설봉스님을 만났을 때 그에게 뒷부분의 한마
                 디를 일러주지 않았던 것이 후회스럽다.그에게 일러주었더라

                 면 천하 사람들이 설봉스님을 어찌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암두스님도 강한 자(설봉스님)를 부추기고 약한 자(객스님)는
                 도와주지 않았다.이 스님은 여전히 깜깜하여 흑․백을 분별하
                 지 못한 채 마음속 가득히 의심을 품고서 “설봉스님이 모르더
                 군요”하고 천연덕스럽게 말하였다.
                   여름 안거 끝에 전에 말했던 대화를 말씀드리면서 암두스님
                 에게 다시 법문을 청하자,암두스님은 말하였다.
                   “왜 진작 묻지 않았더냐?”

                   암두스님에게 꾀가 생긴 것이다.객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
                 다.
                   “감히 쉽사리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 설봉스님이 나와 같은 가지에서 나오긴 했으나 나와 똑같지
                 는 않다.말후구를 알고자 하느냐?다만 이것이니라.”
                   암두스님은 너무 눈썹[眉毛]을 아끼지 않고 자세하게 말해
                 주었다.여러분은 결국 이를 어떻게 이해하려는가?

                   설봉스님이 덕산스님의 회상에 있으면서 밥 짓는 일을 하였
                 는데,하루는 공양이 늦자 덕산스님이 바리때를 들고 법당으로
                 내려오니 설봉스님이 말하였다.
                   “종도 울리지 않았고 북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이 늙은이가
                 어디로 바리때를 들고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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