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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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을 뒤덮었군.
“말후구를 알고자 하는가?다만 이것뿐이다.”
-같은 배 탄 사람들을 모두 속이는군.나 원오는 믿지 않는다.하마터
면 구별하지 못할 뻔했다.
평창
종문의 가르침을 일으켜 세우려면,반드시 당면한 문제의 핵
심을 분별하여 진퇴와 시비를 알아야 하며 죽이고 살리며 잡고
놓아줌을 밝혀야 한다.만일 눈동자를 갖추지 못했으면서,이러
쿵저러쿵 묻기도 하고 대답하기도 한다면,목숨을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 맡긴 거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결코 모른 것이다.
그런데 설봉스님과 암두스님은 모두 덕산(德山)스님 밑에서
동참 수학했다.그 객스님은 설봉스님을 참방하고서도 그 느낀
바가 그저 그랬고 암두를 뵙고서도 눈곱만치도 깨치지 못하였
다.부질없이 두 노스님을 번거롭게 하면서 묻고 답하고 사로잡
고 놓아주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천하인에게 까다롭고 배배 꼬
이게 하여 이를 밝히려 해도 밝힐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말해 보라,까다롭고 배배 꼬인 곳이 어디에 있는가를.설봉
스님이 두루 총림을 편력하긴 했으나 나중에 오산(鰲山)의 주막
에서 암두스님의 한마디에 격발되어 의심 덩어리를 완전히 끊
고 크게 사무칠 수 있었던 것이다.
암두스님은 그 뒤 사태(회창법란)를 만나 어느 강가[鄂渚湖]
에서 뱃사공이 되었는데,강의 양쪽 언덕에 각기 판자 하나를
걸어 놓고 사람이 와서 판자를 두드리면,암자스님은 “그대는
어느 쪽으로 가려고 하느냐?”고 묻고 갈대 숲 사이에서 노를
흔들면서 나왔었다.
설봉스님은 영남으로 돌아가 암자에 주석하게 되었는데,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