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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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61
밝음과 어둠이 쌍쌍으로 어울리는 시절이구나.
-말 많은 노인이군.소에 뿔이 없고 호랑이에 뿔이 돋는 것과 같다.
이것도 쌍쌍,저것도 쌍쌍.
같은 가지에서 나온 것은 모두 알지만
-이 무슨 종족일까?피차가 서로 관계가 없군.그대는 남쪽 소상(瀟湘)
으로,나는 북쪽 진(秦)나라로 간다.
죽음을 달리한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군.
-주장자가 나의 손에 있는데 어찌하여 산승(원오스님 자신)을 괴이하
게 여기는가?그대들은 어찌하여 목숨을 남의 손에 쥐어 주었는가?
까맣게 모르는군.
-한 방 얻어맞고 싶냐?알 리가 없고말고.
석가와 달마도 잘 분별해 보아야만 알 수 있네.
-온 대지 사람들이 칼을 잃고 혀가 끊어졌네.나는 이렇지만 다른 사
람은 그렇지 않다.늙은 오랑캐가 알았다고는 인정할 수 있어도 깨쳤
다고는 인정치 않겠다.
남북동서로 돌아가련다.
-수습했다.발아래 오색실을 두르고 있다(설두스님이 아직 자취를 못
버리네 그려).그대의 주장자를 빌려 다오.
한밤중에 일천 바위를 뒤덮은 흰눈을 함께 보노라.
-아직 반 정도뿐이다.저 대지에 눈이 질펀하듯 많은 사람이 있다 할
지라도 아는 사람이 없구나.눈먼 놈들이다.말후구를 알았느냐?(원
오스님은)탁 쳤다.
평창
“말후구를 그대에게 말하노니”라고 하여 설두스님이 이 말후
구를 송(頌)해 준 것은 그 수준을 아주 낮추어 상대를 위한 것
이었다.이에 송을 지어 노래하기는 했으나 털끝만큼 조금 노래
했을 뿐이니,(말후구를)투철히 사무치기에는 아직도 미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