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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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크게 입을 벌리어 말하기를 “밝음과 어둠이 쌍쌍으로
                 어울리는 시절이구나”는 그대들에게 아주 가느다란 (방편의)길
                 을 터놓은 것이며,그대들을 위하여 한 구절[一句]로 송하여 몽
                 땅 끝내 버린 것이다.그리고 끝에서 다시 (흰눈이 어떻다는 둥)
                 주석을 붙였다.이는 다음 경우와 같은 것이라 하겠다.초경(招
                 慶)스님이 어느 날 나산(羅山)스님에게 물었다.

                   “암두스님이 이렇고 저렇다(같은 가지에서 태어나고……)고
                 하는데 이 무슨 뜻입니까?”
                   나산스님이 “대사!”하고 불러서,“네!”하고 대답하니,나산
                 스님은 말하였다.
                   “한편으론 밝기도 하고 한편으론 어두운 것이오.”
                   그러자 초경스님이 감사의 절을 올리고 갔다가 사흘이 지난
                 뒤에 또다시 물었다.
                   “전일에 스님께서 베푸신 자비를 입긴 했으나 간파하지 못하

                 였습니다.”
                   “ 마음을 다하여 그대에게 일러주었다.”
                   “ 스님께서는 분명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 그렇다면 대사께서 의심하는 곳에서 물어보시오.”
                   “ 한편으론 밝기고 하고,한편으론 어둡기도 한 것이란 무엇
                 입니까?”
                   “ 같이 나기도 하고,같이 죽기도 한 것입니다.”

                   초경스님은 그 당시 감사의 절을 올리고 떠나갔다.
                   그 뒤 어떤 스님이 초경스님에게 물었다.
                   “같이 나기도 하고 같이 죽기도 할 때는 어떠합니까?”
                   “ 개 주둥이 닥쳐라.”
                   “ 대사께서도 입 닥치고 공양이나 드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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