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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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63
그 스님이 다시 나산스님에게 찾아와 물었다.
“같이 나서 같이 죽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 뿔 없는 소와 같은 격이지.”
“ 같이 나기도 하고,같이 죽기도 할 때는 어떠합니까?”
“ 호랑이에게 뿔이 있는 것과 같다.”
말후구란 바로 이러한 도리이다.
나산스님의 회하에서 어떤 스님이 이것을 다시 초경스님에게
묻자,초경스님이 말하였다.
“너나 나나 모두 알고 있다.왜냐하면 내가 동승승주(東勝昇
洲)에서 한마디하면 서구야니주(西瞿耶尼洲)사람도 알고,천상
에서 한마디를 말하면 인간에서도 알아,마음과 마음끼리 서로
알며,마주 보고 서로 알기 때문이다.”
“ 같은 가지에서 났다”는 것은 그래도 알기 쉽지만,“죽음은
달리한다”는 것은 전혀 알 수 없으니,석가와 달마가 알려고 해
도 알지 못할 것이다.
“남북동서로 돌아가련다”는 것은 그래도 조금 나은 경계가
있다 하겠다.
“한밤중에 일천 바위를 뒤덮은 흰눈을 함께 보노라”고 하였
는데,말해 보라,이는 밝음인지 어둠인지,같은 가지에서 나온
것인지,같은 가지에서 죽은 것인지를.
안목을 지닌 납승이라면 이를 분별해 보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