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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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65
평창
조주(지금의 河北省)땅에는 돌다리가 있었는데 이는 이응(李
膺)이 만든 것이라 하며 지금까지도 천하에 유명하다.약작(略
彴)이란 외나무다리를 말한다.
이 스님은 조주스님의 체통을 깎아 내리려는 의도에서 물었
다.
“조주 땅의 돌다리의 소문을 들은 지가 오래인데,막상 와
보니 외나무다리뿐이군요.”
“ 그대는 외나무다리만 보았을 뿐,돌다리는 보질 못하였군.”
그 스님의 물음은 그저 평소에 하던 이야기였지만,조주스님
이 이를 가지고 그를 낚자 스님은 과연 낚시에 걸려들었다.그
의 질문에 이어서 대뜸 물었다.
“어떤 것이 돌다리입니까?”
“ 나귀도 건너고 말도 건너지.”
참으로 말 가운데 몸을 벗어날 곳이 있다 하겠다.조주스님
이 몽둥이질을 하거나 덕산스님이 소리를 질렀던 것과는 달리
말로써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였다.이 공안을 잘 살펴보면 일상
생활 속에서 기봉(機鋒)을 겨루는 듯하다.그렇지만 접근하기가
몹시 어렵다.
하루는 수좌와 함께 돌다리를 구경하다가 수좌에게 물었다.
“누가 만들었는가?”
“ 이응이 만들었습니다.”
“ 만들 때 어디부터 손을 댔는가?”
수좌가 말이 없자 조주스님은 말하였다.
“평소에는 ‘돌다리 돌다리’잘도 말하면서도 물으니 손을 댄
곳도 모르는구나.”
또 하루는 조주스님이 땅을 쓸고 있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