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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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67


               쏜살같은 급류라고 말할 줄은 알았지만 부질없는 헛수고였네.
                -조주스님에 비하면 아직도 반 정도에 불과하다.비슷하기는 해도 옳
                 지는 않다.


               평창
                   “고고하게 위세를 부리지 않지만 도는 드높다”는 것은 설두
                 스님이 평소에 사람을 지도할 때 현묘(玄妙)함과 고고함을 내세
                 우지 않았던 조주스님을 노래한 것이다.이는 총림에서 흔히 말
                 하는 “허공을 타파하고 수미산을 쳐부수며,바다 밑에 티끌이
                 일고 수미산에 파도가 쳐야 조사의 도에 걸맞다”는 것과는 다
                 르기 때문에,설두스님은 “고고하게 위세를 부리지 않지만 도는
                 드높다”고 말했던 것이다.

                   ( 세상 사람들은)만 길 벼랑에 서서 불법의 기특한 영험을 나
                 타내는 것이 비록 고고하고 높다고 하겠지만,(조주스님은)고
                 고함을 세우지 않아도 평상시 자연스럽게 또굴또굴 매끈하게
                 수행자를 제접한다.위세를 부리지 않아도 저절로 위엄스레 되
                 고 높이지 않아도 저절로 높아지며,상대방과의 주고받는 말
                 [機]속에서 고고함이 우러나와 현묘함이 그대로 드러난다.그
                 러므로 설두스님은 “바다에 들어가면 큰 자라를 낚아야 한다”

                 고 말하였다.안목을 갖춘 종사(조주스님)께서는 무심히 말을
                 한마디하거나 한 기틀을 써서,새우나 소라는 낚지 않고 대뜸
                 큰 자라를 낚아 올리니 참으로 작가답다.이 한 구절로써 앞의
                 공안을 밝혀 준 것이다.
                   “우습다,같은 시대의 관계스님이여!”라고 하였는데 듣지 못
                 하였는가?어떤 스님이 관계스님에게 물었다.
                   “관계스님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래인데 막상 와 보니 삼[麻]
                 이나 축일 정도의 작은 웅덩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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