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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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삼 축일 정도의 작은 웅덩이만 보았지,관계는 보질
                 못했네.”
                   “ 어떤 것이 관계입니까?”
                   “ 쏜살같은 급류이지.”
                   또 어떤 스님이 황룡스님에게 물었다.
                   “황룡스님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래인데 막상 와 보니 능구렁

                 이[赤斑蛇]만 보이는군요.”
                   “ 그대는 능구렁이만 보았지 황룡은 아직 보질 못했군.”
                   “ 어떤 것이 황룡입니까?”
                   “ 굽이굽이 서려 있지.”
                   “ 갑자기 금시조(金翅鳥:용을 잡아먹는 새)를 만났을 때는
                 어떻습니까?”
                   “ 목숨을 보존하기 어렵겠지.”
                   “ 그렇다면 그 금시조를 만나면 먹히겠군요.”

                   “ 그대의 공양에 감사드리오.”
                   이상의 얘기는 모두가 고고한 경지를 세운 것이니 옳기는 옳
                 다 하겠지만 너무나 힘(인위적 조작)을 쓴 것이므로 조주스님이
                 평상시 했던 것과는 같지 못한 것이다.그러므로 설두스님은
                 “쏜살같은 급류라 말할 줄은 알았지만 부질없는 헛수고였다”고
                 말한 것이다.관계스님과 황룡스님과의 경우는 그만두고라도
                 조주스님이 말한 “나귀도 건너고 말도 건넌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가려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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