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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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173
“너는 백장에게 가서 물어보도록 하라.”
시자가 다시 시자실로 돌아와 백장스님에게 물으니 백장스님
은 갑자기 껄껄대며 큰 소리로 웃었다.이에 동료인 시자가 말
하였다.
“조금 전에는 통곡을 하더니만 지금은 무엇 때문에 웃는 거
냐?”
“ 조금 전에는 통곡을 했었지만 지금은 다시 웃는다.”
이를 살펴보면 그는 깨친 뒤에는 자유자재하여 얽매임에서
벗어나 자연히 영롱하게 빛났던 것이다.설두스님의 송은 다음
과 같다.
송
들오리여!
-무리를 이루고 떼거리를 지었군.또 한 마리가 있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군.
-무슨 수작이냐!삼대 같고 좁쌀처럼 (자세하게 알려주네).
마조스님은 만나자 말을 걸었네.
-이러쿵저러쿵 말로 해서야 언제 끝마칠 기약이 있겠느냐?말로 할
수 있겠느냐?오로지 마조스님만이 (백장스님이)준수한 놈임을 알았
다.
산․구름․바다․달 등 온갖 것들에 대해 모두 말했으나
-동쪽 집(마조스님)의 국자 자루는 길고 서쪽 집(백장스님)의 국자 자
루는 짧다.많이 말해 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전히 모르고서 도리어 날아가려고 한다.
-할!그가 말을 이해 못 했다고 말하지 마라.어디로 날아갔는가?
날아가려 하는 순간
-목숨이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 있다.이미 그에게 자세하게 일러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