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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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신)말해 주고 싶어도 큰스님(설두스님)을 놀라게 할까 염려
스럽다.찾아온 상대방을 잘 파악했군.역시 큰스님처럼 매한가지로
잠꼬대를 하는구나.
스님이 양손을 벌리자,
-졌구나.도적을 끌어들여 집안을 망쳤다.참으로 사람을 어리둥절케
하는구나.
운문스님이 한 차례 뺨을 후려치니
-법령대로 다스렸군.잘 쳤다.이처럼 통쾌한 일은 만나기 어렵지.
스님은 말하였다.
“제게도 할 말이 남아 있습니다.”
-그대는 진술을 번복하려고 하느냐?대장의 깃발을 찢고 북을 빼앗는
솜씨가 있는 듯하구나.
운문스님이 문득 두 손을 펴 보였다.
-위험하군.청룡(靑龍)을 타고서도 몰 줄을 모르다니…….
스님이 말이 없자,
-애석하다.
운문스님이 대뜸 후려쳤다.
-그냥 놓아주어서는 안 된다.이 방망이는 운문스님이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처벌해야 할 일을 처벌하지 않으면 도리어 환란을 부르기
때문이다.큰스님(설두스님)은 어느 정도 방망이를 먹어야 할까?한
번 봐주겠다.용서해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창
운문스님이 이 스님에게 “요즈음 어디에서 왔느냐?”라고 묻
자,스님은 “서선사(西禪寺)에서 왔다”고 말하였다.이는 정면으
로 맞대놓고 하는 대화로서 번뜩이는 번갯불과도 같다.운문스
님의 “요즈음 무슨 말들을 하더냐?”는 말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인데도 스님 또한 작가인 터라 대뜸 거꾸로 운문스님을 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