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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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05


               “왜 이 말을 다 인용하지 않느냐?”
                -도적질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소인의 짓이나,지혜는 군자를 능가하는
                 구나.대낮에 도적질하는군.도적의 말을 타고 도적을 쫓는구나.

               “제가 여기밖에 못 외웁니다.”
                -둘 다 진흙덩이를 희롱하는 놈들이다.도적을 만났군.꼼짝 않고 있
                 으니 대적하기 어렵다.
               “이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게 없고 오로지 간택을 그만두면 될
            뿐이니라.”
                -그래도 (조주스님)노장님이나 되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지.이 스님
                 의 눈동자를 바꿔 버렸다.졌구나.

               평창
                   조주스님은 “이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게 없고 그저 간택을 그
                 만두면 될 뿐이니라”고 하였으니,이는 전광석화와도 같아 사로
                 잡고 놓아주며 죽이고 살리기에 이처럼 자재로울 수 있었던 것
                 이다.총림에서는 모두들 “조주스님은 많은 사람 가운데 뛰어난

                 말재주가 있었다”고 일컫는다.조주스님은 평소 이 한 편을 가
                 지고서 대중에게 말하였다.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게 없고 그저 간택을 그만두면 될 뿐이
                 라 하였는데,말을 하기만 하면 곧 그것이 간택이며 명백(明白)
                 이다.노승이 명백 속에 있지 않은데 그대들은 도리어 이를 보
                 호하거나 아끼겠느냐?”
                   그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명백 속에 있지 않다면 무엇을 보호하거나 아끼겠습니까?”
                   “ 나도 모른다.”
                   “ 스님이 모르신다면 무엇 때문에 명백 속에 있지 않다고 말
                 씀하십니까?”
                   “ 질문 끝났거든 인사하고 물러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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