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0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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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를 삼켜 버렸으니
-천하의 납승들이 목숨을 보존치 못한다.목구멍을 막았느냐?(운문)스
님은 어느 곳에서 안신입명(安身立命)을 하려는가?
산하대지는 어디에 있느냐?”
-시방에는 창도 없고 사면에도 문이 없다.동서남북 사유(四維:사방)
상하가 있다고 한다면 이는 미친 소리다.이를 어찌하랴?
평창
에,그런데 운문스님이 말하기를 “주장자가 용으로 변하여
천지를 삼켜 버렸으니 산하대지는 어디에 있느냐?”고 하니,(산
하대지가)있다고 하면 눈먼 봉사이며,없다고 하면 죽은 놈이
다.운문스님이 사람을 지도했던 뜻을 알았느냐?나에게 주장자
를 돌려다오.
요즈음 사람들은 운문스님이 뚜렷하게 보여준 것을 모르고
서,“색계(色界)에 의지하여 마음을 밝히고 사물에 의지하여 이
치를 밝혔다”고 한다.그렇다면 저 석가부처님께서 49년 간 설
법하심에 잘못된 논의가 세상에서 일게 되리라는 것을 예측 못
했던 것은 아니겠지만,무엇 때문에 또다시 꽃을 들어 보이셨으
며 가섭은 미소를 지었을까?부처님께서 설명을 붙여 말하기를
“나에게 정법안장 열반묘심(正法眼藏涅槃妙心)이 있으니 이를
마하대가섭에게 전하노라”라고 하셨는데,왜 다시 굳이 심인(心
印)만을 전하였을까?
여러분이 이미 조사의 문하객이 되었는데 오로지 그것만을
전한 마음을 밝힐 수 있느냐?가슴속에 한 물건이라도 있으면
산하대지가 들쭉날쭉 눈앞에 나타나겠지만,가슴속에 한 물건
도 없다면 밖으로 실오라기 하나도 없을 것이다.그렇다면 어떻
게 이치와 지혜가 그윽히 합하고,경계와 정신이 회합한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