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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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07
으랴.
바람으로 날려 버릴 수도 없다.
-허공과도 같다.당글당글 단단하다.허공을 보고 하소연하는구나.
범이 걸어가고 용이 지나가니
-그(조주스님)는 자재를 얻었구나.참으로 기특하다.
귀신이 (놀라서)소리치고 혼령이 울부짖는다.
-대중들은 귀를 막아라!바람이 스치니 풀이 쓰러진다.(설두)스님도
그와 함께 동참하지 않았느냐?
머리가 세 척[三尺]인 줄 뉘 알리오?
-괴물이로군.어디에서 온 성인인가?보았느냐,보았느냐?
마주하여 말없이 외발로 서 있네.
-쯧쯧!머리를 움츠려라.한 번 용서해 주노라.산도깨비로다.용서해
줘서는 안 되지.(원오스님은)탁 때렸다.
평창
“물로 씻을 수도 없고,바람으로 날려 버릴 수도 없다.”“범
이 걸어가고 용이 지나가니 귀신이 (놀라서)소리치고 혼령이
울부짖는다”고 하니,그대들이 입을 댈 곳이 없다.
이 네 구절의 게송은,조주스님이 대답한 말이 용이 날고 범
이 치달리는 것과 같아 스님은 한바탕 수치당한 것을 노래한
것이다.비단 이 스님뿐만 아니라 귀신도 (놀라서)소리치고 혼
령도 울부짖으니,이는 마치 바람이 부니 풀이 쓰러지는 것과
같다.
끝의 두 구절은 한 자식(설두스님)만이 친히 알아차렸다고
말할 만하다.“석 자 긴 머리는 누구일까?마주하여 말없이 외
발로 서 있다”고 하였다.듣지 못하였느냐?스님이 옛 대덕스님
(동산스님)에게 묻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