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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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셨다.
“이곳에 범찰(梵刹)을 세울지니라.”
그때에 한 천자가 한 줄기 풀로 표시한 뒤에 말하였다.
“청정한 가람을 세웠습니다.”
여러분은 말해 보라,이 무슨 소식인가를.조사(설두스님)께
서는 말씀하시기를,“한 방 얻어맞고 깨침을 얻고 일할(一喝)에
알아차린다”고 하였으니,말해 보라,무엇을 알아야 할까.
혹시 어떤 사람이 “어떤 것이 주장자냐?”고 묻는다면,이는
곤두박질치는 것이 아니겠으며,한 차례 손뼉을 치는 것이 아니
겠는가!이 모두가 망상분별이다.아뿔사!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설두스님의 송은 다음과 같다.
송
주장자가 건곤을 삼키나니
-무슨 말을 하느냐?개를 때리는 데나 쓰겠다.
복사꽃 지는 물결을 부질없이 말해 무엇 하랴.
-향상의 한 구멍을 열어제치니 모든 성인이 일제히 아래에 서 있다.
구름을 잡고 안개를 움켜쥐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천번 만번 말하는
것이 자기의 손발로 직접 한 번 잡는 것만 못하다.
꼬리를 태운 놈이라 해도 구름을 잡고 안개를 움켜쥐지는 못하
거늘
-좌지우지하건만 노승은 보고만 있을 뿐이다.그렇지만 이것도 하나의
마른나무 조각일 뿐이다.
뱃속의 부레를 말리는 놈[曝*腮:용이 못 된 잉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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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어찌 정신을 잃을쏘냐!
-사람마다 기상이 임금과 같은데 그대 스스로가 천리 만리 멀어질 뿐
*曝:薄자와 報자의 반절.음은 僕.햇빛에 타는 것을 말한다.暴자와 통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