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1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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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11


                 할 수 있겠는가?그 이유는 하나를 알면 일체를 알고,하나를
                 밝히면 일체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장사(長沙)스님은 말하기를,“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것은 눈앞의 식신(識神)에 의지해서 인식하기 때문
                 이다.무량 겁 동안 내려오는 생사의 근본을 어리석은 사람들은
                 본래인(本來人)이라 한다”고 하였다.홀연히 5음(五陰)18계(十

                 八界)를 타파하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몸밖에 남은 것이
                 없다 하여도 그것은 절반밖에 얻지 못한 것인데 어떻게 색계에
                 의지하여 마음을 밝히고 사물에 의지하여 이치를 밝힌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
                   옛사람(제19칙 참조)이 말하기를 “한 티끌만 일어도 온 대지
                 가 모두 생긴다”고 하였는데 말해 보라,어느 것이 한 티끌인가
                 를.이 한 티끌을 알 수 있다면 이 주장자를 알 것이요,주장자
                 를 들 수만 있다면 종횡으로 자재하는 오묘한 작용을 알게 될

                 것이다.이처럼 말하는 그것 자체가 벌써 언어문자의 갈등인데
                 하물며 또다시 용으로 변한다는 등의 말을 하겠는가?그러므로
                 경장주(慶藏主)는 “일찍이 5천48권의 모든 불경 어디에 이런 말
                 이 있더냐?”고 말하였다.운문스님은 주장자를 들어 보이는 곳
                 마다 전기대용(全機大用)으로 생동감 있게 사람을 지도했었다.
                   파초(芭蕉)스님은 대중에게 말하기를 “납승의 본분은 모두
                 이 주장자에 있다”하였고,영가(永嘉)스님은 “이는 겉으로 괜

                 히 관직을 버리고[褫]*출가한 것이 아니다.이는 여래의 보장
                                    26)
                 (寶杖)을 몸소 본받은 것이다”고 하였다.
                   석가여래께서 지난날,연등(燃燈)부처님의 세상에서 머리를
                 풀어 진흙을 덮고서 연등부처님을 기다리자 연등부처님이 말씀


            *褫:음은 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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