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4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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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말하기를 “복사꽃 지는 물결을 부질없이 말해 무엇 하
                 랴”하였으니,이는 또다시 용으로 변화시킬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저,우문(禹門)폭포에 세 단계의 폭포가 있는데,3월이
                 되면 복사꽃이 피고 봇물이 크게 불어난다.이때 물을 거슬러
                 폭포를 뛰어넘어 가는 잉어는 용으로 변한다고 한다.그러므로
                 설두스님은 “설령 용이 되었다 해도 부질없는 말일 뿐”이라는

                 것이다.“꼬리를 태운 놈이라도 구름을 잡고 안개를 움켜쥐지는
                 못하거늘”이라는 말은,잉어가 우문 폭포를 뛰어넘으면 자연히
                 번개가 쳐서 꼬리를 태워 주며,구름을 잡고 안개를 움켜쥐고서
                 날아간다고 한다.그런데 설두스님이 말한 의도는 “설령 용이
                 되어도 구름을 잡고 안개를 움켜쥐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뱃속의 부레를 말리는 신세가 되었다 해도 어찌 정신을 잃
                 을쏘냐”고 하였는데,청량(淸涼)의  화엄소서(華嚴疏序) 에서는
                 “수행을 쌓은 보살이라도 용문에서 부레를 말리는 것과 같다”

                 고 하였다.이 말의 대의는 화엄의 경계란 작은 덕[小德],작은
                 지혜[小智]로는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님을 밝힌 것이다.이는
                 마치 잉어가 용문 폭포를 뚫고 지나가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
                 고 이마에 점이 찍힌 채 다시 돌아와서는 썩은 물 모래 더미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뱃속의 부레를 태워서 죽는 것과 같은 꼴
                 이다.설두스님이 말한 의도는 “어차피 이마에 점이 찍혀 되돌
                 아왔으면 왔지 정신까지 잃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로써 법문은 다 했네.들었느냐,못 들었느냐?”고 하여 거
                 듭 주석을 내리고 일시에 그대들을 위하여 말끔히 쓸어 버렸다.
                 여러분은 곧바로 깨끗하여 말쑥하게 할지언정 다시는 어지럽게
                 하지 마라.그대들이 또다시 어지럽게 한다면 주장자를 잃어버
                 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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