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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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17


                -저 집안(임제스님 문하)의 일은 아니다.
               한 티끌을 세우지 않으면
                -종적을 쓸어 없앤다.눈동자를 잃어버렸는데 목숨까지도 잃었다.

               나라가 멸망한다.”
                -모든 곳에 광명이 있다.나라를 거들먹거려 무엇 하겠는가?이는 참
                 으로 그 집안의 일이다.

               설두스님은 주장자를 들고서 말하였다.
                -모름지기 천 길 벼랑이어야 한다.달마스님이 왔구나.
               “생사를 함께할 납승이 있느냐?”
                -나에게 화두를 돌려다오.그러나 불평스러운 일을 공평하게 하려면
                 모름지기 설두스님에게서 헤아려야 된다.알았느냐?알았다면 그대의
                 자유자재함을 인정하겠지만,몰랐다면 아침에 3천 방망이,저녁에 8
                 백 방망이를 치겠다.


               평창
                   에,풍혈스님이 대중 설법을 하였다.“한 티끌을 세우면 나라
                 가 흥성하고,한 티끌을 세우지 않으면 나라가 멸망한다”하였
                 는데,말해 보라,한 티끌을 세워야 옳은지,세우지 않아야 옳은
                 지를.여기에 이르러서는 대용(大用)이 눈앞에 나타나야 한다.
                 그러므로 설령 언어 이전에 깨달아도 한 껍질 남아 있고 경계
                 에 걸리며,비록 말 떨어지자마자 통달한다 해도 경계에 부딪치
                 고 미친 견해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임제스님 회하의 큰스님이므로 곧 본분의 솜씨를 부린
                 것이다.한 티끌을 세워 나라가 흥성하여도 촌늙은이는 이맛살
                 을 찡그린다.그 뜻은 나라를 세우고 국가를 안녕하게 하는 데
                 에는 반드시 지모 있는 신하와 용맹한 장수의 힘을 빌려야 한
                 다는 것이다.그런 뒤에야 기린이 나오고 봉황이 나오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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