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8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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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성대의 상서이다.그러나 세 집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의
                 사람이 이러한 일을 어떻게 알겠는가?한 티끌을 세우지 않으
                 면 나라가 멸망하여 찬바람만이 쓸쓸히 부는데 촌늙은이가 무
                 엇 때문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겠는가?나라가 멸망해 버렸기
                 때문이다.
                   동산스님 문하에서는 이를 “몸 피하는 곳[轉變處]”이라고 하

                 나,부처도 중생도 없으며 옳고 그름도 없으며 좋고 나쁨도 없
                 으며 소리와 자취마저도 끊겼다.
                   그러므로 “황금가루가 아무리 귀하여도 눈에 들어가면 눈병
                 을 일으킨다”고 하였으며,또한 “금가루도 눈에 병이 되고 옷
                 속에 감춰 놓은 구슬도 법엔 티끌이다.자신의 신령함도 중히
                 여기지 않는데,부처니 조사니 다 뭐 하는 것인가!”라고 하였다.
                 종횡 자재하고 신통 묘용(神通妙用)이 있다 해도 기특할 게 없
                 다.여기(나라가 망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봉두남발한 채 만

                 사를 다 쉬어야 한다.이때는 산승도 전혀 아는 것이 없다.만
                 일 또다시 마음을 말하고 성품을 말하며 현미(玄微)함을 말하고
                 오묘함을 말하여도 모두 필요가 없다.왜냐하면 그의 집안에 스
                 스로 신선의 경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전(南泉)스님이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황매산(黃梅山)7백 고승은 모두가 불법을 아는 사람들이었
                 기에 그[五祖]의 의발(衣鉢)을 얻지 못하였으나,노행자(盧行者)

                 만은 불법을 알지 못하였기에 의발을 얻었다.”
                   또 말하였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은 있음[有]을 알지 못하고 이리와 흰
                 암물소가 도리어 있음[有]을 안다.”
                   촌늙은이가 이맛살을 찡그리기도 하고,때로는 노래를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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