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9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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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19


                 도 한다.말해 보라,이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지.그는 무슨
                 안목을 갖추었기에 이럴 수 있을까?그러나 촌늙은이의 문 앞
                 에는 따로 조장(條章: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설두스님이 쌍으로 제시한 후 문득 주장자를 들고서 “함께할
                 납승이 있느냐?”고 하였는데,당시에 어떤 사람이 나와서 한마
                 디를 말해 상대를 해주었더라면 설두스님 이 늙은이가 뒤에 자

                 만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송

               촌늙은이가 설령 구겨진 이맛살을 펴지 않는다 해도
                -삼천 리 밖에 한 사람이 있다.맛있는 음식도 배부른 자에게는 걸맞
                 지 않다.
               국가의 웅대한 터전을 세우고자 하는데,
                -태평곡 한 가락에 모두가 안다.가고 싶으면 가고 머무르고 싶으면
                 머무른다.온 건곤 대지가 해탈문인데 그대는 무엇을 다시 세우려고
                 하는가?
               지모 있는 신하들과 용맹스런 장수들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있느냐,있느냐?땅은 드넓고 사람이 없으니 참사람 만나기는 어렵
                 지.자만 마라.
               만 리에 맑은 바람 부니 자연 알게 된다.
                -곁에 사람이 없는 듯 방자하구나.누구에게 땅을 쓸게 하랴?운거 나
                 한(雲居羅漢)처럼 교만한 놈이로군.

               평창
                   앞(본칙)에서는 쌍으로 제시하더니만 여기(송)에서는 한쪽은
                 제기하고 한쪽은 생략해 버리니,이는 긴 부분을 잘라서 짧은
                 곳을 보완하고 무거운 것을 버리고 가벼운 쪽을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촌늙은이가 설령 구겨진 이맛살을 펴지 않는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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