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3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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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23
내용은 종문(宗門)의 말들과 일치되고 있다.
듣지 못하였느냐,경청(鏡淸)스님이 조산(曹山)스님에게 물었
던 것을.즉 “맑고 비어[淸虛]있는 이치는 결국 몸이 없을 때
는 어떻게 됩니까?”
“ 이치[理]는 이와 같은데,그럼 현상[事]은 어떠한가?”
“ 나 조산 한 사람이야 속일 수는 있겠지만 많은 성인의 눈은
어떻게 하려느냐?”
“ 많은 성인의 안목이 없었다면 그 사실을 화상께서는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 공적으로는 바늘 하나 용납할 수 없지만 사적으로는 수레도
통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 사이 우주의 사이에,그 가운데 하나의
보배가 있어 형산(形山)에 감춰져 있다”고 하니, 보장론 의 대
의는 사람마다 모두 갖추어져 있고 낱낱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
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운문스님이 이를 들어 시중(示衆)하였지만 온전히 그대로 드
러난 것이므로 좌주(座主:강사)들처럼 괜히 그대에게 주해를
달아 줄 필요는 없었다.그러나 그는 자비로써 다시 그대들에게
주해를 붙여 말하기를 “등롱(燈籠)을 들고 불전으로 향하고 삼
문(三門)을 가지고 등롱 위로 왔노라”하였다.말해 보라,운문
스님이 이처럼 말했던 의도가 어떤 것이었는가를.
듣지 못하였느냐?옛사람(영가스님)이 말하기를 “무명(無明)
의 참 성품이 바로 불성(佛性)이요,환화(幻化)의 빈 몸[空身]이
큰 법신(法身)이다”라고 하였고,또한 (청량의 화엄경대소 의
서문에서는)“범부의 마음속에서 부처의 마음을 본다”고 하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