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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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25


                   운문스님은 “등롱을 들고 불전으로 향한다”라고 말함으로써
                 이 한 구절로 (모두를)절단해 버리고,또다시 “삼문을 가지고
                 등롱 위로 왔노라”고 하니,이는 말하자면 전광석화와 같은 것
                 이다.
                   운문스님은 말하였다.
                   “그대가 이 경지와 같아지려거든 먼저 깨닫도록 하라.티끌

                 처럼 많은 부처님이 그대의 발아래 있으며,삼장(三藏)의 말씀
                 이 그대의 혀끝에 있으니,이를 깨닫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
                 다.스님이여,망상을 부리지 마라.하늘은 하늘,땅은 땅,산은
                 산,물은 물,스님은 스님,속인은 속인이니라.”
                   말없이 한참 있다가 말을 이었다.
                   “나의 앞에 앞산을 가져와 보아라.”
                   문득 어떤 스님이 나오더니 물었다.
                   “제가 산은 산,물은 물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어떻습니까?”

                   “ 삼문(三門)이 무엇 때문에 여기를 지나가느냐?”
                   그가 죽을까 염려스러워 손으로 한 획을 그린 후에 말하였
                 다.
                   “이를 안다면 으뜸가는 제호(醍醐)의 맛이겠지만,알지 못한
                 다면 도리어 독약이니라.”
                   그러므로 “요달(了達)하고 요달하고 또 요달하였을 때는 요
                 달할 것도 없고,현묘하고 현묘하고 또 현묘한 것은 곧바로 껄

                 껄대고 웃어야 한다”고 하였다.
                   설두스님은 또다시 말하였다.
                   “하늘과 땅 사이,우주의 사이에,그 가운데 하나의 보배가
                 있는데,벽 위에 걸려 있다.9년 면벽을 한 달마의 정안(正眼)으
                 로도 이를 보지 못하였다.오늘날의 납승들이 보려 한다면 등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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