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0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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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는다면 남전스님을 저버릴 것이다.
                   창을 마주한 칼날 위에서 살핀다면,있다 해도 옳고 없다 해
                 도 옳으며,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 해도 옳을 것이다.그러므
                 로 옛사람의 말에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고 하였다.요
                 즈음 사람들은 변과 통은 모르고서 오로지 말만 가지고 따진다.
                   남전스님이 이처럼 들어 보인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당장에

                 무슨 대답을 하도록 하는 데 있지 않다.오직 스스로가 깨닫고
                 서 제각기 스스로 작용하고 스스로 알게 하려는 데 있다.만일
                 이처럼 이해하지 못한다면 끝내 (본뜻을)찾을 수 없을 것이다.
                 설두스님은 대뜸 다음과 같이 송을 하였다.


               송
               양편 승당엔 모두가 엉터리 선객들.
                -몸소 한 말씀 하셨군.한마디로 말을 다해 버렸군.죄상에 의거하여
                 판결했다.
               자욱한 티끌만을 일으킬 뿐 어찌할 줄 모르는구나.
                -그가 어떻게 종결짓는가를 살펴보라.그대로 드러난 공안이다.그래
                 도 약간은 있었구나.

               다행히도 남전스님이 법령을 거행하여
                -(원오스님은)불자(拂子)를 들고 말한다.이것과 비슷하군.남전스님은
                 아직 좀 모자란다.좋은 금강왕 보검을 진흙을 자르는 데 쓰고 있다.

               단칼에 두 동강 내어 한쪽[偏頗*:두 동강 내는 쪽]을 택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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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혹시 어떤 사람이 칼을 어루만지면 그가 어떻
                 게 하는가를 보아야 한다.그냥 용서해 줘서는 안 된다.(원오스님은)
                 쳤다.




            *頗:普자와 禾자의 반절.偏과 같은 뜻.음은 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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