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9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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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29
남전스님이 고양이를 두 동강으로 베어 버렸다.
-통쾌하고 통쾌하다.이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남전마저도)모두 쓸데
없는 짓거리 하는 놈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도적이 떠난 뒤 활을 당
기는구나.벌써 한 단계 낮은 제이제로다.거량하기에 앞서 쳤어야
했다.
평창
종사구나!저 한 번은 움직이고 한 번은 쉬고,한 번은 나아
가고 한 번은 들어갔다 한 것을 보아라.그 대의가 무엇인지를
말해 보라.
고양이를 베어 버렸다는 이 화두를 천하 총림에서는 많이들
알음알이로 헤아리고 있다.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잡은 것에
대의가 있다”고 하며,어떤 사람은 “베어 버린 것에 (대의가)있
다”고 하나 모두가 전혀 관계가 없다.
그가 고양이를 들지 않았을 때에도 곳곳에서 이러쿵저러쿵
말들 하겠느냐?이는 옛사람(남전스님)에게 하늘과 땅을 구별하
는 안목이 있었고,하늘과 땅을 구별하는 칼이 있었음을 몰랐던
것이다.
그대들은 말해 보라,결국은 고양이를 누가 베어 버렸을까?
남전스님의 경우,고양이를 들고서 “말할 수 있다면 베지 않겠
다”하였는데,그 당시 혹 어떤 사람이 말을 했다면 남전스님이
베었을까,베지 않았을까?그러므로 “올바른 법령을 시행하여
모든 사람들을 꼼짝 못 하게 하네”라 말했던 것이다.
하늘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살펴보라,누가 그 경지에 있는
사람인가를.실은 애초부터 원래 벨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 화두 또한 베느냐,베지 않느냐에 있지 않다.이 일을 확
연히 알아야 한다.이처럼 분명하다.생각의 티끌[情塵]이니 의
견(意見)으로써 찾을 수 없다.만약 생각의 티끌이나 의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