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1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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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31
평창
“양편 승당엔 모두가 엉터리 선객들”이라는 것은,설두스님
은 이 언구에 떨어지지 않았고 하인이 나귀나 말의 앞뒤에 끌
려 다니듯이 예속되지 않았기 때문에,까 드러내고 몸을 피하여
문득 “자욱한 티끌만 일으킬 뿐 어찌할 줄을 모른다”고 한 것
이다.설두스님은 남전스님과 함께 손을 잡고 가면서 한 구절로
송을 끝마쳤다.
양편 승당의 수좌들은 쉴 곳이 없어 가는 곳마다 오로지 자
욱한 망상의 티끌을 일으키면서도 어찌하지 못하였는데,다행
히도 남전스님이 그들에게 이 공안을 재판하여 준 덕분에 말끔
히 다 수습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앞으로 가자니 마을도
없고 뒤로 가자니 주막도 없는 것처럼 이러지도 못 하고 저러
지도 못 하는 데야 어찌하겠는가.
그러므로 “남전스님이 바른 법령을 거행한 덕분에,단칼로
두 동강 내어 한쪽을 택했네”라고 하였다.서슴없이 단칼로 두
동강을 내어 어느 쪽으로 기울든 상관치 않았다는데,말해 보
라,남전스님이 어떠한 법령에 의거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