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7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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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37
모두가 그를 움직일 수 없다.
외도가 찬탄하며 말하였다.
“세존께서 대자대비하시어 저의 미혹한 구름을 열어 주시어 저
로 하여금 도에 들어갈 수 있게 하시었습니다.”
-영리한 놈이 한 번 퉁겨 주자 대뜸 알아차리는군.소반 위에 구르는
밝은 구슬이다.
외도가 떠난 뒤에 아난(阿難)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외도는 무엇을 얻었기에 도에 들어갔다 말하였습니까?”
-참으로 사람을 의심케 하는구나.그러나 모두가 알아야 한다.용광로
속에 쇳덩어리를 통째로 넣었구나.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훌륭한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아도 달리는 것과 같다.”
-말해 보라,무엇을 채찍의 그림자라고 하였을까?(원오스님은)불자
(拂子)를 한 번 내려쳤다.방망이 끝에 눈이 있어 해처럼 밝구나.진
짜 금을 식별하려면 불 속에 넣어 보아야지.입으로 밥을 먹을 기회
가 왔군.
평창
‘이 일’이 언구에 있다면 3승 12분교(三乘十二分敎)가 어찌
언구가 아니겠는가?그러나 어떤 이가 만약 “말없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달마 조사가 서쪽에서 올 필요가 있단
말인가?
예로부터 허다한 공안은 결국 어떻게 해야 그 핵심을 알 수
있을까?이 한 칙의 공안을 말하는 자는 드물지 않다.어느 사
람은 “말없이 한참 있는 것”이라 하며,어떤 이는 “기대어 앉는
것”이라 하기도 하고,어떤 이는 “말없이 대답하지 않는 것”이
라고 말하기도 하나,아뿔사!이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어
찌 이를 더듬어서 찾으려고 하는가?이 일은 실로 언구 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