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8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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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않지만 언구를 떠나지도 않는다.조금이라도 의심하고 의
논하려 한다면 천리 만리나 멀어질 것이다.
이를 살펴보면,저 외도가 깨닫고 나서 보니,(‘이것’은)여기
에도 저기에도 있지 않았으며,옳은 데도 옳지 않은 데도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음을 알 수 있다.말해 보라,이는 어떤 것
인가를.
천의 의회(天衣義懷)스님의 송은 다음과 같다.
유마는 말없이 한참 동안 있지 않았으니
기대어 앉아 헤아리면 잘못이다.
취모검갑(吹毛劍匣)*속에 싸늘한 광채 차가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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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도천마(外道天魔)가 모두 손을 못 대는군.
백장 도항(百丈道恒)*스님이 법안(法眼)스님을 참방하자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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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이 화두를 들게 하였는데,하루는 묻기를 “너는 어떤 인
연을 보았느냐?”고 하자,백장 도항스님은 말하였다.
“외도가 부처님께 질문한 화두입니다.”
“ 그대는 말해 보아라.”
도항스님이 머뭇머뭇 입을 열려고 하자,법안스님은 말하였
다.
“그만두어라,그만두어라.그대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던 것
[良久處]을 알음알이로 헤아리려고 하느냐?”
도항스님은 그 말을 듣자마자 완전히 깨치고 그 뒤에 대중
설법을 하였다.
“백장스님에게는 세 비결이 있으니,‘차나 마셔라’,‘잘들 가
*삼성본에는 ‘劍’자가 빠져 있다.
*‘백장 도항(百丈道恒)’의 ‘항(恒)’자가 삼성본에는 ‘상(常)’자로 되어 있다.여기에
서는 전등록 , 오등회원 등에 의해 고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