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9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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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39
시오’,‘쉬도록 하라’는 것이다.이러쿵저러쿵 따지거나 사량(思
量)한다면 그대들은 결코 투철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
야 한다.”
취암산(翠巖山)에 살던 점흉(點胸)이란 별명이 있는 가진(可
眞)스님이 이를 들어 말하였다.
“천지사방과 9주(唐代에는 전국이 9州였음)에 청(靑:관리)․
황(黃:도사)․적(赤:승려)․백(白:속인)이 모두 얽히고 설키
어 살고 있구나!”
외도는 ‘네 베다[四維陀]’를 이해하고 스스로 말하기를,“나
는 일체의 지혜[一切智]를 얻은 사람이다”하며,곳곳에서 사람
을 찾아 논의를 하였다.그는 질문의 실마리를 일으켜 석가부처
님의 혀를 꼼짝 못 하게 하려고 하였다.세존께서는 실낱만큼의
힘도 쓰지 않으셨는데도,그는 문득 깨닫고 떠나면서 찬탄하여
말하였다.“세존께서는 대자대비하시어 저의 미혹한 구름을 열
어 주시고 저로 하여금 도에 들어갈 수 있게 하셨습니다.”말해
보라,대자대비한 곳이 어디인가를.세존의 이 한 눈은 삼세(三
世)를 관통하였고,외도의 두 눈동자[雙眸]는 오천축국(五天竺
國)을 관통하였다.
위산 진여(潙山眞如)스님이 이를 들어 말하였다.
“외도는 지극한 보배를 간직하였고 세존께서 그것을 몸소 끄
집어내시니 삼라가 밝게 나타나고 만상이 분명하였다.”
결국 외도는 무엇을 깨달았을까?이는 마치 개를 도망갈 곳
이 없는 담장으로 몰아붙이는 것처럼,꼼짝달싹 할 수 없는 막
다른 곳에 이르러 도리어 대뜸 활발발한 것과 같다.만일 계교
와 시비를 일시에 놓아 버리고 망정이 다하고 견해가 없어지면
자연히 속속들이 분명하게 될 것이다.외도가 떠난 뒤에 아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