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3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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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43
벗어나지 않는다.그러나 만일 계교를 부리며 한 터럭만큼이라
도 이치로써 따지면 그 자리에서 사람을 얽매어 도에 들어갈
수 없게 된다.
뒤이어 “세존께서 대자대비하시어 저의 미혹한 구름을 열어
주시고 저로 하여금 도에 들어가게 하셨습니다”라는 데 대하여,
“당장에 어여쁘고 추함을 분간하도다.어여쁘고 추함을 분간함
이여,미혹의 구름이 열리니,자비의 문 어디엔들 티끌먼지가
일어나랴”하고 노래하였다.온 대지가 세존의 대자대비하신 문
이다.그대들이 이를 꿰뚫을 수 있다면 손 한 번 까딱할 필요가
없다.그야말로 활짝 열어 놓은 문이다.
듣지 못하였느냐?세존께서 스무하루 동안에 ‘이 일’을 사유
(思惟)하시고 “내 정녕 설법을 하지 않고 어서 열반에 들어야겠
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생각해 보니,채찍 그림자를 엿보는 훌륭한 말은 천 리를
바람처럼 달리다가도 부르면 곧 되돌아온다”는 것은,바람처럼
달리는 말은 채찍의 그림자만 보아도 곧바로 천 리를 달리지만
되돌아오라 하기만 하면 곧바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설두스
님은 그를 칭찬하여 “똑똑한 사람은 한 번 퉁겨 주면 대뜸 알
아차리고,한 번 부르면 문득 되돌아온다.만일 불러서 되돌아
온다면 손가락을 세 번 퉁기리라”고 했다.
말해 보라,이는 (핵심을)드러내 밝혀 주신 것일까,모래를
뿌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