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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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45


               “주었습니다.”
                -졌구나.몸을 피할 줄을 몰랐구나.멍청한 놈들이 삼대 같고 좁쌀처
                 럼 많다.

               암두스님이 목을 그의 앞으로 쑤욱 빼면서 “얏!”하고 소리치
            자,
                -반드시 적절한 기연을 알아야 한다.범을 잡는 덫이군.이 무슨 수작
                 인가?
               스님은 말하였다.
               “스님의 머리가 떨어져 버렸습니다.”
                -송곳 끝이 날카로운 것만 알지,끌의 끝이 네모난 줄은 모르는군.(네
                 주제에)무슨 좋고 싫은 것을 따지는가!한 수 두었다.
               암두스님이 껄껄대고 크게 웃었다.
                -온 천하의 납승이라도 (암두스님)어찌할 수 없다.천하 사람은 속일
                 지 몰라도 이 늙은이의 머리가 떨어진 곳은 못 찾는다.

               스님이 그 뒤 설봉(雪峰)스님에게 이르자,
                -여전히 어리석구나.이 스님이 늘 완전히 지기만 하는구나.
               설봉스님이 물었다.
               “어느 곳에서 왔느냐?”
                -어디에서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지.시험해 보아야 한다.
               “암두에서 왔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지고 말았네.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이야기를 해도 방망이 맞는 것을 면치 못하리라.

               스님이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자,
                -곧바로 쫓아냈어야 했다.
               설봉스님이 서른 방망이를 쳐서 쫓아내 버렸다.
                -비록 (속박하는)못을 끊고 쇠를 자르기는 했으나 무엇 때문에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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