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6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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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망이만 쳤느냐?주장자가 아직도 부러지지 않았다.이는 아직 본분
                 소식이 아니다.왜냐하면 아침에 3천 방망이,저녁에 8백 방망이를
                 쳐야 하기 때문이다.동기동창이 아니라면 어떻게 또렷한 뜻을 분별
                 하랴.이와 같긴 하지만 말해 보라,설봉스님과 암두스님의 귀결점은
                 어디에 있는가를.

               평창
                   바랑을 걸머지고 풀을 헤치며 바람을 맞으면서 행각할 때는
                 반드시 안목을 갖춰야만 된다.이 스님은 안목이 (민첩하기가)
                 유성과 같았으나 암두스님에게 시험을 당하여 한 꿰미에 뚫려
                 버렸다.당시에 제대로 된 놈이었다면,때로는 죽이기도 하고
                 때로는 살리기도 하면서 (종사가)말해 주면 바로 작용했을 것
                 이다.그러나 스님은 변변치 못하여 대뜸 “주었습니다”라고 말

                 하였다.이처럼 행각을 한다면 염라대왕이 그대에게 행각 중에
                 얻어먹었던 밥값을 내라고 할 것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짚신을 떨어뜨리면서 설봉스님에게 이르렀
                 는가?당시 조금이라도 안목이 있어 대뜸 일어나 갔었더라면
                 이 어찌 통쾌하지 않았겠느냐?이런 인연(암두스님이 웃는 것)
                 은 깐깐하여 어렵다.‘이 일’은 득실이 없다고는 하나 실은 매
                 우 큰 득실이 있으며,간택이 필요 없기는 하나 여기에 이르러
                 서는 또한 안목을 갖춰 간택할 필요가 있다.

                   용아(龍牙)스님이 행각할 때 의심을 일으켜 덕산(德山)스님에
                 게 물었다.
                   “학인이 막야(鏌鎁)보검을 들고서 스님의 머리를 베려고 할
                 때는 어떻게 하시렵니까?”
                   덕산스님이 목을 쑥 빼며 앞으로 다가서며 “얏!”하고 소리
                 지르자,용아스님은 말하였다.
                   “스님의 머리는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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