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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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귀신굴 속에 빠져 버렸다.빗나갔다.콧구멍을 잃었구나.
곁에 있던 스님이 말하였다.
“정상좌야,왜 절을 올리지 않느냐?”
-잠자코 있던 제3자가 보아 버렸다.완전히 그의 힘을 빌렸구나.동쪽
사람이 죽었는데 서쪽 사람이 슬퍼하는구나.
정상좌가 절을 하려다가
-부지런함으로 못난 것을 때우는구나.
홀연히 크게 깨쳤다.
-어두움 속에서 등불을 얻은 듯 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듯하다.
잘못에 속아서 잘못을 더해 가는군.말해 보라,정상좌는 무엇을 보
았기에 갑자기 절을 올렸는가?
평창
그가 이처럼 곧바로 출입하고 왕래한 것을 살펴보라.임제의
정종(正宗)이었기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이를 깨칠 수 있다면
하늘을 훌쩍 뒤집어 대지를 만들고 스스로 수용할 수 있을 것
이다.정상좌는 이러한 사람이었다.임제스님에게 한 차례 따귀
를 얻어맞고 절을 하다가 대뜸 귀착점을 알았다.그는 북방의
사람으로 기질이 아주 순박하고 강직했다.법을 얻은 이후로 다
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고,그 후 임제스님의 대기(大機)를 활
용하였다.그는 참으로 빼어난 인물이라 말할 것이다.
하루는 길에서 암두,설봉,흠산 세 스님을 만났는데,암두스
님이 물었다.
“어디에서 오시오?”
정상좌는 말하였다.
“임제에서 옵니다.”
“ 화상(임제스님)께서는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