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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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35


               진조는 말하였다.
               “제자가 이렇게 와서 아직 앉지도 않았는데 일원상을 그리시어
            어찌하자는 것입니까?”
                -오늘 졸고 있는 놈을 만났다.이 도적놈아.
               자복스님이 곧 방장실의 문을 닫아 버렸다.
                -도적도 가난한 집은 털지 않는다.(자복스님은)벌써 그의 함정에 빠
                 져 버렸다.

               설두스님은 착어하였다.
               “진조는 겨우 한쪽 눈만 갖추었다.”
                -설두스님은 정수리에 눈을 가지고 있다.말해 보라,그의 의도는 어
                 디에 있었는가?일원상을 주었더라면 좋았을걸.(설두스님의 착어는)
                 명쾌하군.용두사미구나.당시 한 차례 내질러 진조상서가 나아가려
                 해도 문이 없고 물러가려 해도 길이 없도록 했어야만 했다.말해 보
                 라,어떻게 내질러야 할까?


               평창
                   상서 진조는 배휴(裵休)․이고(李翶)와 동시대의 사람이다.
                 그는 스님을 만나면 먼저 재(齋)를 청하여 삼백 냥을 보시한 후
                 반드시 그를 시험해 보았다.하루는 운문스님이 와서 만나자마
                 자 물었다.
                   “유교의 서적[儒書]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습니다.3승 12분교
                 (三乘十二分敎)의 경우에는 나름대로 좌주(座主:강사)가 있는
                 데,선승들이 행각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 상서께서는 지금까지 몇 사람에게 이 질문을 하였습니까?”

                   “ 바로 지금 처음으로 상좌에게 묻는 것이다.”
                   “ 바로 지금은 그만두고 무엇이 교학의 뜻입니까?”
                   “ 누런 종이에다 붉은 축(軸)으로 이루어진 경전이 그것입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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