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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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문자언어일 뿐이니 무엇이 교학에서 주장하는 뜻입니
까?”
“ 입으로 말하고자 해도 말이 사라지고 마음으로 좀 궁리하고
자 해도 생각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 입으로 말하고자 해도 말을 잃어버린 것은 말이 있다고 전
제했기 때문이며,마음으로 좀 궁리하고자 하여 생각이 사라져
버린 것은 망상을 전제로 했기 때문입니다.무엇이 교학에서 말
하는 뜻입니까?”
진조가 대답하지 못하자 운문스님은 말하였다.
“상서께서 법화경 을 본다고 하던데 그렇습니까?”
“ 네.”
“ 경(經)에 이르기를 ‘모든 일상생활에서 하는 일이 모두 실제
의 모습[實相]과 서로 위배(違背)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말해
보시오,비비상천(非非想天)에 지금 몇 사람이나 자리에서 물러
났습니까?”
진조가 또다시 말하지 못하자 운문스님이 말하였다.
“상서께서는 가벼이 그러지 마시오.스님들이 삼경오론(三經
五論)을 팽개치고 총림에 들어와 10년,20년을 지내도 (깨치지
못하고)어찌하지 못하는데 상서인들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진조는 절을 올리고 말하였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또 한 번은 여러 관리들과 함께 누각에서 여러 스님들이 오
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며 한 관원이 말하였다.
“오는 사람들은 모두 참선하는 스님들인가 봅니다.”
진조는 말하였다.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