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P. 41
벽암록 中 41
늙은이가 너무도 서두르는구나.
운문스님은 말하였다.
“이 말씀은 모두 자비로움 때문에 한 차원 내려서 말씀을 하신
것이다.”
-살인도 활인검이로다.(그런 말을 한 사람이)두세 명이다.요컨대 산
에 가는 길을 알려면 반드시 갔다 와 본 사람이어야 한다.
평창
사람을 시험하는 핵심이 되는 곳은 입만 열면 바로 알게 된
다.고인(운문스님)은 “한량없이 도량이 큰 사람은 말의 이면에
서 알아차린다”고 하였다.정수리에 안목을 갖췄다면 듣자마자
귀결점을 알 것이다.그들의 일문일답을 살펴보면 분명하고 또
렷하다.운문스님은 무엇 때문에 “이 말씀은 모두가 자비로움
때문에 한 차원 내려서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하였을까?옛사
람은 여기에 이르러 밝은 거울이 경대에 걸리고 밝은 구슬이
손아귀에 있는 듯하여,오랑캐가 오면 오랑캐가 비치고 한족이
오면 한족이 나타나며,파리 한 마리도 거울을 도망갈 수 없다
고 하였다.
말해 보라,무엇이 자비로움 때문에 한 차원 내려서 말씀하
신 것인가?이는 험준하다 하겠다.이러한 경지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이런 자라야만 비로소 말할 수 있다.
운문스님이 염(拈)하여 말했다.
“이 스님이 몸소 여산에서 왔는데,무엇 때문에 ‘화상아!아
직도 산놀이를 못 했구나’고 말했을까?”
하루는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여러 총림에서 어느 스님이 찾아온다면 무얼 가지고 시험하
려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