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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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에서는 불법을 어떻게 수행하느냐?”
-다른 사람에게 물었더라면 큰일날 뻔했다.이런 말을 입에 담다
니…….
“말법시대의 비구가 계율을 조금 받드는 정도입니다.”
-알찬 사람이란 얻기 어렵다.
“대중이 얼마나 되는가?”
-당시에 한 번 소리지르고 내질러 거꾸러뜨려야 했다.
“삼백 명 또는 오백 명 정도입니다.”
-모조리 여우의 정령들이로다.과연 잘못을 저질렀군.
무착이 도리어 문수에게 물었다.
“여기에서는 어떻게 수행하는지요?”
-내질렀다.창끝을 돌려대는구나.
“범부와 성인이 함께 있고 용과 뱀이 뒤섞여 있다.”
-완전히 졌다.정신없이 허우적거린다.
“대중이 얼마나 되는지요?”
-나에게 화두를 돌려다오.그래도 용서해 줄 수는 없지.
“앞도 삼삼[前三三],뒤도 삼삼[後三三]이지.”
-이랬다 저랬다 하는군.말해 보라,얼마나 될까?(너무 많아)천수대
비(千手大悲)로서도 셈할 수 없다.
평창
무착이 오대산을 유람하는 도중 황량하고 외딴 곳에 이르렀
다.문수는 하나의 절을 화현(化現)시켜 그를 맞이하여 자고 가
도록 했다.그리고서는 이렇게 물었다.
“요즈음 어디에 있다 왔느냐?”
“ 남방에서 왔습니다.”
“ 남방에서는 불법을 어떻게 수행하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