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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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49
“말법시대의 비구가 계율을 조금 받드는 정도입니다.”
“ 대중은 얼마나 되는가?”
“ 삼백 명 또는 오백 명 정도입니다.”
무착이 도리어 문수에게 물었다.
“여기에서는 불법을 어떻게 수행하는지요?”
“ 범부와 성인이 함께 있고 용과 뱀이 뒤섞여 있다.”
“ 대중이 얼마나 됩니까?”
“ 앞도 삼삼,뒤도 삼삼이지.”
(그 뒤)차를 마신 후 문수는 파리(玻璃)찻잔을 들고서 말하
였다.
“남방에도 이런 물건이 있느냐?”
“ 없습니다.”
“ 평소 무엇으로 차를 마시느냐?”
무착이 아무 말도 못 했다.그리고는 하직하고 떠나려 했다.
문수는 균제동자(均提童子)에게 문 밖까지 전송해 주도록 하였
다.무착은 동자에게 물었다.
“조금 전에 ‘앞도 삼삼,뒤도 삼삼’이라고 말하였는데,얼마
나 되는가?”
“ 대덕이여.”
무착이 대답을 하자,동자는 말하였다.
“‘이것’은 얼마나 됩니까?”
무착은 또 물었다.
“여기가 무슨 절인가?”
동자가 금강역사(金剛力士)의 뒤를 가리켰다.무착이 머리를
돌리는 찰나에 동자와 화현으로 나타난 절까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텅 빈 산골짜기만 있을 뿐이었다.그곳을 후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