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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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칙 *5)
장사의 봄기운[長沙春意]
본칙
장사(長沙)스님이 하루는 산을 유람한 후 문 앞에 이르자,
-오늘 하루는 온종일 (무명의)풀 속에 빠졌구나.앞에서도 풀 속에,
뒤에서도 풀 속에 떨어졌구나.
수좌(首座)가 물었다.“스님께서는 어딜 다녀오십니까?”
-이 늙은이를 시험해 봐야 한다.화살은 저 멀리 신라로 날아갔다.
“산을 유람하고 오는 길이다.”
-풀 속에 떨어져서는 안 되지.적잖게 잘못이 드러났군.형편없는 놈!
“어디까지 다녀오셨습니까?”
-내질렀군.다녀온 곳이 있으면 풀 속에 떨어진다.서로가 불구덩이로
끌고 가는구나.
“처음엔 향기로운 풀을 따라갔다가,그리고 나서는 지는 꽃을
따라서 돌아왔느니라.”
-허물이 적지 않군.원래 가시덤불 속에 앉아 있었지.
*제36칙에는 [수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