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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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55
“아주 봄날 같군요.”
-서로 잘도 주고받네.잘못으로 인해 더욱 잘못을 저지르는군.사람을
추켜 올렸다 깎아 내렸다 하네.
“아무렴,가을날 이슬방울이 연꽃에 맺힌 때보다야 낫지.”
-흙 위에 진흙을 더하는구나.앞에 쏜 화살은 오히려 가벼운 편인데
뒤의 화살이 깊게 박혔다.언제 (생사의 윤회를)끝마칠 기약이 있겠
는가?
설두스님은 착어하였다.
“대답에 감사드립니다.”
-떼거리 모두가 진흙덩이를 희롱하는 놈이다.세 사람 모두 한 죄상으
로 다스려라.
평창
장사(長沙)땅의 녹원사(鹿苑寺)초현(招賢)스님은 남전(南泉)
스님의 법을 이었으며,조주(趙州)․자호(紫胡)스님 등과 동시대
인물이다.기봉(機鋒)이 민첩하여 상대방이 교(敎)에 대해 물으
면 곧 교를 말해 주고,송(頌)을 요구하면 곧 송으로 대답해 주
었다.만일 작가로서 만나고자 하면 바로 작가로서 맞아 주었다.
앙산스님은 평소부터 기봉에 있어서는 제일인자였다.하루는
장사스님과 함께 달구경을 하다가 앙산스님이 달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사람마다 ‘이것’이 있지만 쓰지 못할 뿐이다.”
“ 옳지!그것 좀 빌려서 써봤으면 좋겠다.”
“ 그대가 사용해 보시오.”
그러자 장사가 한 발에 걷어차서 넘어뜨렸다.앙산스님은 일
어나면서 말하였다.
“사숙(師叔)께서는 마치 호랑이[大蟲]와 같군요.”
그 이후로 사람들은 장사를 잠대충(岑大蟲:높은 산의 호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