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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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라 불렀다.
                   하루는 장사스님이 산을 유람하고 돌아오는데,수좌도 그 회
                 하의 문도인 터라 대뜸 물었다.
                   “스님께서는 어딜 다녀오십니까?”
                   “ 산을 유람하고 오는 길이다.”
                   “ 어디까지 다녀오셨습니까?”

                   “ 처음엔 향기로운 풀을 따라갔다가,그리고서는 지는 꽃을
                 따라서 되돌아왔느니라.”
                   이는 시방의 모든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어
                 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옛사람들은 들고남에 있어서,‘이 일’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그들은 빈주(賓主)를 서로 교환하거나,상대방의 문제의
                 핵심[當機]을 대뜸 결판을 내려 용서해 주지 않았다.
                   이미 산을 유람한 뒤인데 무엇 때문에 “어디를 다녀오셨습니

                 까?”라고 물었을까?만일 요즘 참선하는 사람들이었다면 “협산
                 정(夾山亭)까지 다녀온다”고 말했을 것이다.
                   옛사람을 살펴보면,실오라기만큼도 이러쿵저러쿵 헤아림이
                 없고,안주하여 집착하지도 않았다.그래서 “처음엔 향기로운
                 꿀을 따라갔다가 그리고서는 지는 꽃을 따라서 돌아왔다”고 말
                 한 것이다.수좌는 바로 그의 뜻에 맞추어,그에게 “아주 봄날
                 같군요”라고 하자,장사스님은 “아무렴 가을날 이슬방울이 연꽃

                 에 맺힌 때보다야 낫지”하고 말하였다.설두스님이 “대답에 감
                 사드립니다”고 한 것은,그를 대신하여 끝에 가서 한마디 한 것
                 이다.양쪽에 있지만 결국은 양쪽에 있지 않다.

                   예전에 장졸(張拙)이라는 진사(進士)가  천불명경(千佛名經)
                 을 보고서 장사스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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