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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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09


                 히 말이 없었다.만일 살아 있는 놈이라면 썩은 물속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며,만약 이러한 생각을 낸다면 미친개가 흙덩이를
                 쫓아가는 것과 같은 격이다.
                   설두스님 또한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으며[良久],설명하지
                 않고서 묵묵히 의자에 기대어 앉은 채 있다가 다급하게 “유마
                 야,무슨 말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설두스님이 이처럼 말한

                 것은 유마거사를 이해한 것일까?꿈꾸냐?꿈속의 알음알이로다.
                   유마거사는 고불(古佛)이다.권속도 있어 부처님을 도와 가르
                 침을 펴기도 하였다.그는 불가사의한 변재를 갖추었으며,불가
                 사의의 경계도 있었으며 불가사의의 신통묘용도 있었다.
                   방장실(사방 10척 짜리 방)에다 3만 2천 사자보좌(獅子寶座)
                 와 8만 대중을 수용하였지만 방장실은 넓지도 좁지도 않았었다.
                 말해 보라,어떠한 도리일까?이를 가지고 신통묘용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잘못 이해해서는 안 된다.둘이 아닌 법문이었

                 다면 (32보살과)함께 얻고 함께 깨쳐야만이 바야흐로 서로가
                 함께 알 수 있었을 터인데,다만 그저 문수보살만이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비록 그렇긴 하지만 설두스님의 질책을 면할
                 수 있었을까?설두스님이 이처럼 말한 것은 이 두 사람과 만나
                 려고 그런 것이다.그러므로 “유마야,무슨 말을 하겠느냐”하
                 고서,다시 “속셈을 감파해 버렸다”고 말하였다.
                   그대들은 말해 보라,감파한 곳이 어디인가를.이는 잘잘못에

                 도 관계없고,시비에도 상관하지 않는다.마치 만 길 벼랑 위에
                 서 목숨을 버리고 뛰어넘을 수 있다면 유마거사를 친견하였다
                 고 인정하겠지만,버리지 못한다면 울타리에 뿔이 걸려 어쩌지
                 못하는 염소와 같을 것이다.
                   설두스님은 일찍이 목숨을 버린 사람이었기에 다음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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