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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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과 같이 말하였다.“설령 여러분이 점차적으로 갈고 닦아 이
                 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 해도 그대의 생각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끝내는 무루성신(無漏聖身)을 증득하여야 비로소 역행․
                 순행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설두스님은 “중생을 불쌍히 여기느라 부질없이 괴
                 로워한다”고 하였다. 유마경 에서는 “중생에게 병이 있기에

                 나에게도 병이 있다”고 하였는데,괴로워한다면 자비가 끊긴 것
                 이다.
                   “비야리 성에 병으로 누워 있다”는 것은,유마거사가 비야리
                 성에서 병을 앓았다는 것이다.당나라 때 왕현책(王玄策)이 서
                 역에 사신으로 가는 길에 그의 처소를 지나가게 되었는데,마침
                 내 그의 방을 수판(手板:관리가 임금에게 보고할 때 손에 들
                 고 있는 물건의 일종)으로 가로․세로로 길이를 재 보니 열 개
                 의 홀(笏)의 길이였다.이로 인해서 방장(方丈)이라 이름하게 된

                 것이다.
                   “온몸이 너무나 깡말랐다”는 것은 몸이 아팠기 때문이다.많
                 은 사람에게 설법을 하기를 “이 몸은 덧없고 강함도 없으며,힘
                 도 없고 견고함도 없이 재빨리 썩는 존재이므로 믿을 만하지
                 못하다.괴로움과 오뇌 때문에 온갖 병이 모여들어 5음(五陰)․
                 18계(十八界)․6입(六入)이 함께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다.
                   “칠불조사(七佛祖師)가 찾아왔다”는 것은,문수보살이 7불의

                 조사이기 때문이다.세존의 명으로 그에게 문병을 한 것이다.
                 “방을 자주 쓸었다”는 것은,방장실내에 있는 물건을 모두 없애
                 고 걸상 하나만을 남겨 두고서,문수보살이 이르러 둘이 아닌
                 법문을 묻기를 기다렸던 것이다.그러므로 설두스님이 불이법
                 문을 묻자 당시에 유마힐거사는 얼른 몸을 뒤로 기대고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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