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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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되었다.
두 사람을 살펴보니,이처럼 눈으로 직접 보고 손수 분별하
였다.말해 보라,잘못이 어디에 있는가를.옛사람의 한 기틀[一
機],한 경계[一境]와 한 말[一言],한 구절[一句]이 이처럼 수시
로 나온다 해도 안목이 빈틈없고 바르다면 반드시 생기발랄한
경지가 있을 것이다.
설두스님이 이를 말해 사람들에게 삿됨과 올바름을 알게 하
고 잘잘못을 분별하게 하였다.그러나 달인(達人)이라면 잘잘못
에 처하여서도 잘잘못이 없다.만일 잘잘못으로 옛사람을 살펴
본다면 완전히 틀린다.
그러나 요즈음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잘잘못이 없는 경지에
끝까지 이른 뒤에 잘잘못으로 남을 분별해야만 한다.만일 그저
언구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데에만 마음을 쓴다면 어느
시절에 깨달을 날이 있으랴.
듣지 못하였느냐,운문스님의 말을.
“행각승들과 괜히 이 고을 저 고을을 넘나들면서 유람하지
마라.부질없는 말을 늘어놓아 노스님이 뭐라고 하길 기다렸다
가 대뜸 선(禪)을 묻고 도를 묻고,향상과 향하가 어떻느니 저
떻느니 지껄이고 싶어한다.그리고 방대한 소초(疏抄)를 뱃속에
다 꼭꼭 채워 두고 이를 헤아리면서,이르는 곳마다 화롯가에서
삼삼오오 머리를 마주하고 재잘거리며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그리하여 (소초의)이 말은 귀공자의 재치 있는 말이라고 하기
도 하며,몸에서 흘러나온 말이라고 하기도 하고,현상의 일[事]
을 이야기한 말이라는 둥,몸 속의 본분에서 한 말이라는 둥 하
면서,이 집안의 아비와 어미(주인공)를 체득하려고 한다.밥 먹
고 나면 오로지 꿈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는 불법을 알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