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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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협산(夾山)스님이 있으니 바로 그 사람들이다.
대비 관세음보살에겐 8만 4천의 모다라비(母陀羅臂)가 있고
수많은 손과 눈이 있다.그대에게도 있느냐?
백장스님은 “일체의 어언문자는 모두 돌이켜 자기에게로 귀
결해야 된다”고 말하였다.운암스님은 항상 도오스님을 따르며
묻고 참구하면서 (의심을)풀었는데,하루는 “대비보살께서는
수많은 손과 눈으로 무엇을 할까”라고 물었다.이는 애당초 바
로 등줄기를 후려쳐 이러쿵저러쿵하는 말들이 없도록 했어야
할 터인데,도오스님은 자비심으로 그처럼 하지 못하고 그에게
이런저런 말을 해주었다.그렇게 하신 의도는 그 스스로 알아차
리게 하려고 “사람이 한밤중에 등뒤로 베개를 더듬는 것과 같
다”고 하였다.깊은 밤 등불이 없을 때 베개를 더듬거리는데,
말해 보라,눈은 어느 곳에 있는가를.
그는 대뜸 “저는 알았습니다”라고 말하였다.
“너는 어떻게 알았지?”
“ 온몸이 손이요,눈입니다.”
큰 소리는 쳤다만 열 개 중에 여덟을 말했을 뿐이다.
“사형께서는 어떠하십니까?”
“ 온몸이 손이요,눈이다.”
말해 보라,운암스님이 온몸이 손이요 눈이라 한 말이 옳은
지,도오스님이 온몸이 손이요 눈이라 한 말이 옳은가를.이는
엉망진창인 듯하지만 도리어 깨끗이 씻은 듯하다.
요즈음 사람들은 흔히들 알음알이로 이해하고서 “운암스님의
‘온몸이 손이요 눈이라’는 말은 옳지 않고,도오스님의 ‘온몸이
손이요 눈이라’는 말이 옳다”고들 한다.그러나 이는 오로지 옛
사람의 언구를 되씹으면서 옛사람의 말에 놀아난 것으로 옛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