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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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47


                 람의 뜻이 결코 말에 있지 않다는 점을 모른 일이라 하겠다.이
                 모두가 부득이하여 이처럼 한 것뿐인데,요즈음은 이에 주각(注
                 脚)*을 붙이고 법칙으로 받들어 말하기를 “이 공안을 깨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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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있다면 바로 참구는 끝마친 것이다”고 한다.이는 손으로 온
                 몸을 더듬고 등롱(燈籠)과 노주(露柱)를 더듬고서 ‘온몸이 눈이
                 요 손이라’는 화두로 오인하는 것이다.이와 같이 안다면 그 옛

                 사람들을 욕되게 하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그러므로 그들은
                 활구에서 참구했었지,사구(死句)에서 참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반드시 이는 정진(情塵)내지는 의상(意想)이 뚝 떨어져 말끔
                 히 훌훌 벗고 텅텅 비어 말끔한 경지에 이르러야 대비보살의
                 화두를 볼 수 있다.듣지 못하였는가,조산(曹山)스님과 어느 스
                 님이 문답했던 것을.조산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사물을 따라 형체를 드러내는 것이 마치 물속에 어린 달과
                 같을 때는 어떠한가?”

                   “ 노새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 대답은 했지만 열 개 중에 여덟을 말했을 뿐이다.”
                   “ 스님께서는 어떠하십니까?”
                   “ 우물이 노새를 쳐다보는 것과 같다.”
                   그대가 언구에서 본다면 도오․운암스님의 올가미를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설두스님은 영리한 작가였다.다시는 언
                 구의 아래에서 죽지 않고 곧바로 끝없이 뛰어넘으면서 송을 하

                 였다.


               송
               온몸이 손이요,눈이오.


            *삼성본에는 ‘脚’자가 ‘却’자로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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