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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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더듬는 것으로 천수천안(千手千眼)이라 한다면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하였다.이는 대비의 화두에 대해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다.그러므로 “이쪽에서 웬 먼지가 홀연히 생
겨나더니,저쪽에서 가는 털이 정처 없이 날린다”고 하였다.
또한 설두스님은 자신이 작가라고 생각하여 일시에 자취를
쓸어버리긴 하였지만,뒤에선 여전히 잘못된 말을 지껄였고 여
전히 올가미 속에 있었던 데야 어찌하겠는가.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제망(帝網)의 구슬로 법을 드리우
니 겹겹이 그림자가 쌓이는 것을”이라고 하였는데,설두스님은
제망(帝網)의 밝은 구슬[明珠]을 인용하여 규범을 보인 것이다.
손과 눈을 말해 보라,귀착점이 어디에 있었을까?
화엄종(華嚴宗)에서는 4법계(四法界)를 세웠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이법계(理法界)’이니 한결같은 평등의 이유를 밝혔으며,
둘째는 ‘사법계(事法界)’이니 완전한 이치가 현상 속에 실현된
이유를 밝혔으며,셋째는 ‘이사무애법계(理事無礙法界)’이니 이
치와 현상이란 서로가 원융하여 크고 작음에 장애가 없다는 이
유를 밝혔으며,네 번째는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이니 한
현상은 일체의 현상 속에 두루 들어가고 편하며,일체의 현상은
일체의 현상을 두루 포함하여 동시에 서로 함께하며 장애가 없
다는 이유를 밝혔다.그러므로 “한 티끌만 말해도 대지 전체를
포괄하게 된다.하나하나의 티끌이 가히 없는 법계를 포함하니,
한 티끌이 이미 그러하다면 모든 티끌도 그러하다.”
망주(網珠)란 제석천왕(帝釋天王)의 선법당(善法堂)앞에 마니
주(摩尼珠)로 보망(寶網)을 만든 것이다.한 마니주 속에 모든
마니주가 투영되어 나타나고,모든 마니주가 한 마니주 속에 다
함께 나타나 서로서로 투영하여 거듭거듭 나타나며,주(主)․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