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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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49


                 천하 사람이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는군.놓아주려면 반드시 한 방 먹
                 여라.(원오스님은)말한다.“말해 보라,산승이 옳은지 설두스님이 옳
                 은지를.”
               쯧쯧![咄]*
                        31)
                -세번 네번 할(喝)을 한 뒤에 무엇 하려고.

               평창
                   “온몸이 손이요 눈이며,온몸이 손이요 눈이어라”고 한 것을
                 두고,“등뒤로 베개를 더듬는 것이 바로 이것이며,손으로써 몸
                 을 더듬는 것이 곧 이것이다”고 말하니,이처럼 이해한다면 모두
                 가 귀신의 굴속에서 살림살이를 하는 격이다.그렇다면 결국은
                 온몸이 손도 아니고 눈이 아닐 것이다.이를 정식(情識)으로 그
                 의 대비(大悲)화두를 알고자 한다면 곧 만 리나 멀어질 것이다.

                   설두스님은 한 활구(活句)를 들어서 말하기를 “어쩌구 저쩌
                 구 했다가는 10만 리나 멀어진다”고 하였으며 뒷구절에서는 운
                 암스님과 도오스님의 기특한 곳을 노래하여 “나래를 편 붕새
                 [鵬]는 육합(六合)의 구름 위를 날며 나래 치는 바람은 깊은 바
                 다[四溟水]를 들끓게 한다”고 하였다.큰 붕조가 용을 삼키려고
                 나래로 바람을 치며 파랑을 일으키면 바닷물은 3천 리까지 갈
                 라진다.이때 용을 잡아 삼킨다 한다.

                   설두스님의 말을 살펴보면 “그대들이 큰 붕새처럼 바람을 치
                 고 파랑을 일으킨다면 매우 웅장한 일이라 할 수 있지만,대비의
                 천수천안(千手千眼)으로 비교해 보면 자그마한 티끌이 생겨나는
                 것과 같거나,또는 한 터럭이 바람에 날려 정처 없이 떠도는 것
                 과도 같다”고 하였으며,또한 설두스님은 “그대들이 손으로 몸



            *삼성본에는 ‘돌(咄)’로 되어 있으나,복주본(福州本)에는 ‘갈(喝)’로 되어 있다고 한
              다.원오스님의 착어와 함께 생각하면,할(喝)이 맞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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